아버지, 제가 왔어요. 늙어 버린 아들이
 
몸은 수락산이 보이는 도봉 아파트에
낡은 헌옷처럼 후루룩 벗어 놓고
이렇게 헐레벌레 마음만 뛰어왔어요.

그냥 보고 싶어서요. 그냥

생전에 맛있게 드시는 얼굴이 떠올라
손에 들고 올라온 떡 한 봉지와 식혜는
당신 머리맡에 두고 내려갈게요.

잠이 깨시면 드시도록 하세요, 아버지.

-김용오 님의 무덤 앞에서 중에서

누구나 늙어지면 그럴수록 돌아가신 부모님들의 생전의 모습이
떠올라 문득문득 보고 싶어지는 것은 자식 된 도리를 다 하지
못한대서 오는 미안함과 죄송한 마음에서 일 것이다.
진즉에 그렇게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해에서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에 대한 본분을 다 하려고 할 때는 부모님은 이미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 것을 어쩌랴.
 
몸은 비록 생활고에 시달리고 찌들어져있지만 마음은 항상
그 분들 생각으로 굴뚝같은 마음뿐이고, 외롭거나 울꺽하면,
앉으나 서나 부모님 생각뿐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설에는
생전에 맛있게 드시던 음식들을 마련하고 훌륭하게
준비해서 형제자매는 고만두고서라도 가족과 함께 꼭 찾아뵈려고
했으나 생각과 마음만이 전부였고
몸은 이렇게 아파트에 앉아 있으니
허연 눈밭에 잠들어 계신 어머니!
이 불효자를 용서 하소서,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