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우런 연기 내뿜는 굴뚝들이 보인다.
오랜만에 친구 찾아가는 길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난다
사변통 폭격맞아 뼈대만 남은
피흘리는 커단 짐승 같은 벽돌건물
하얗게 찢어진 하늘들이 떠오른다.
저 자동차 수리공장 뒤켠 시궁창 위
방금까지 있었던 것 같은 돌무덤들
떼지어 사람들이 죽어가던 자리
그 옆을 지금 내가 지나간다
먼지투성이 바람 한길로 몰아닥쳐
눈을 뜰 수 없구나 이제 머리 속에
웅거리는 머리 속에
바람이 지나간 뒤에도 남는 것
꼭 가야 할 곳에 대한 그리움
늦가을 영등포 길은 너무 쓸쓸해

-최민 님의 영등포 길에서

60년 전의 일이다.
하늘이 터지고 땅이 갈아졌으며 육신에 피멍이 들었던
그 때의 소리다.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를 일이지만은 그렇다.

전쟁으로 상처 받은 국민과 그들의 재산은 산산이 찢어지고
망가졌다. 하루살기가 어려웠던 그 시절에도 굳건히 살아남았던
그 때 그 사람들이 이 땅을 새롭게 세우고 가다듬어 젊은
한국인에게 골고루 나누워 주었다. 그 때 이곳은 죽고 사는
전쟁터였다. 살아 남은자들만이 다시 시작하여할 새로운 땅이었다.
 
우린 바람 부는 둑을 가로 막고 한길로 몰아치는 바람 독 앞에서
먼지와 피와 눈물, 그리고 땀을 흘려 오늘의 한국으로 만든
국민들이다. 떼 지어 죽어간 그들의 머리밑을 갈고 터를 닥아
피 묻은 벽돌을 하얀색의 새 건물로 바꾸고 그 위에 태극기높이
달았다. 그것이 오늘의 우리 조국 땅이다. 그러나 그렇게 쓸쓸하고
폐허된 그 땅이 오늘날에는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밤낮을 가리지
않는 축복의 거리와 행복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시인 박연복 http://blog.daum.net/yen307/1584906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