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 김광규 님의 묘비명에서

산문적인 시다. 리듬이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고
의미만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산문시라고 하고 싶다.
살면서 누구나 출세하여 성공하고 신분상승을 노린다.
인간의 신화적 이미지적 신분 노출을 상승적, 수평적,
하향적인 것으로 프로이드는 인식했다.
많은 돈을 벌고, 높은 자리에 올라서면 신분이 상승되는
것처럼 느끼며 살고파 한다.
유명한 문인을 불러 묘비명을 짓게 하고 지위가 높은 자를
불러 신분과 자신의 지위를 상승하려고 한다.
이것이 곧 위선인지를 그들은 모른다.
그러나 그 묘비와 묘비명은 오래가지 못한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들이 흙으로 돌아가고 만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다만 그 것들에 관한 역사와 기록만이
남아서 후손들에게 비루하게 전해질 것 아니겠는가.
중요한 것은 남은 재물은 없는 자들에게 골고루 나누워 주고
빈손으로 가는 것이 더욱 추앙받고 높은 자리에 있었던 자의
본 모습이 아닐는지(?)

-시인 박연복 http://blog.daum.net/yen307/1584906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