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흠

   TV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깜짝깜짝 놀라다가 마침내 분노가 치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과 바다를 욕했다. 탁한 물과 빠른 유속에게도 원망을 퍼부었다. 특히 대책본부의 활동 상황이 중구난방 곱하기 백가쟁명 곱하기 우왕좌왕이라, 희망이 점점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각종 대형 안전사고에 대처하는 위기해결능력허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부모님들의 피를 토하는 절규와 1?3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이 운동장에서 비를 맞으며 무사귀환 염원식을 올리는 모습에서“살아서 다 돌아와라”,“웃는 얼굴로 꼭 다시 만나자”는 간절한 기도에, 대한민국은 함께 기도를 했다. 응답이 없었다. 허망했다. 그 와중에, 실종된 학생으로부터 살아 있으니 빠른 구조를 바란다는 가짜 문자에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마도 학부모들은 아들딸들이 환하게 웃으며 바닷물 위를 성큼성큼 걸어오는 착각을 하기도 했으리라.

   한편, 단원고 교감의“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는 곡진한 유서에서, 먼저 간 제자와 선생님과 함께하려는 숭고한 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단지 인솔책임자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죄책감이 얼마나 컸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살아남은 제자들보다 곁에서 볼 수 없는 제자들의 미소가 더 환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살아서 돌아온 것도 무명의 죄가 된다는 것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비약적이긴 하나“죽어야 산다”는 말이 이런 경우일까? 역사적인 인물로는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장군이 그러했고, 그 밖에 많은 인물이『진리』와『살신성인』이라는 이정표로 그 삶이『불멸』이었음을 안다. 

   가라앉은 배에서 많은 학생과 승객들이 구조 되었으면 하는 염원이 얼마나 컸으면 집집마다 거리마다 한숨이 새어 나올까. 지금 이 순간에도 힘겹게 숨을 쉬고 있을 여러 학부형님들을 생각하면 몇 번을 더 까무러쳐야 이 문제가 해결될까. 팽목항은 아직도 한숨과 울음이 가득하다. 시신 수습이라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학부형님들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 부형님들의 아픔 분노 슬픔을 세상이 부둥켜안고 같이 가야한다. 미안한 마음으로, 비겁하고 염치없는 어른들은, 어떻게 반성해야 할까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제60회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대회 여고부 단체전 단원고의 우승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우승으로 기록될 것이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가장 기뻐해야 할 순간에 웃음 대신 눈물을 흘렸다. 는 언론 보도는‘미래는 있는가’라는 질문에‘존재한다’로 답하는 것 같아, 살아 있는 생생한 희망을 보았다. 생명의 진화, 강렬하게 숨 쉬는 기적에 존경을 보낸다. 텅 빈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축되기 쉬운 꿈이 탐스럽게 꽃피웠으면 한다. 삶이란? 현재와 오늘에 충실하다 보면 꿈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이게 부인할 수 없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단원고, 힘내라.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임들은 오늘의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내일의 주인공이요 이 땅의 희망이니까. 아자! 조문객 자원봉사자 민간잠수부도 이 땅의 진정한 힘의 원동력이다. 고백하건데 필자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을 못했을 뿐이다. 세상아! 역지사지라는 말을 굳이 왜면한다 하더라도 악의적인 유언비어로 남의 아픔을 욕되게 하지 말기를 간절히 부탁하는 바이다.

   끝으로 구조 활동이 전개되는 동안은, 바닷물이 맑아지고, 조금의 시간도 머물러 있고, 해가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조 활동은 자연조건이요 과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적이란 말이 이들에게로부터 꼭 증명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곡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재난 대응 시스템 관계자는 매뉴얼을 철저히 익혀 반복 연습하고 연습시키기 바란다. 비극은 이것으로 끝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