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헌  영   세영정형외과의원 원장

나는 요사이 열심히 이빨을 닦는다. 다섯 개의 이식치아와 2개의 부분 털이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치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열심히 이빨을 닦는다. 소금으로 한번 닦고 치약으로 또 닦는다. 예전에는 한두 번 칫솔로 썩썩 문질러 적당히 하던 칫솔질을 치과에서 배운 대로 잇몸까지 마사지하며 닦는다. 만약 내가 어릴 때부터 이렇게 이빨을 간수했다면 이식치아도 부분털이도 아마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완전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이다.

치아 이식을 위해 모 대학병원에서 수술, 재수술을 하며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 아프리카 해외 단기 진료를 앞두고 치아에 문제가 발생해서 더욱 괴로웠다. 다행히도 인근 치과에서 잘 마무리해주어 무사히 끝났으나 그 당시를 생각하면 미리 치아를 잘 간수하지 못한 내가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 우리는 건강을 잃고서야 비로소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 바보란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서 오는 대부분의 질환은 생활습관병이다. 당뇨병, 고혈압, 퇴행성관절염, 통풍성 관절염, 각종 혈관질환, 위장질환 등 대부분의 질환이 식사나 운동 등의 생활습관의 잘못이나 환경오염 등 잘못된 생활환경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강 위생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잇몸이 아프고 치아가 썩어 치과에서 치료를 하고 칫솔질을 배워도 그때뿐이고 칫솔질은 여전히 썩썩 문지르고 말았다.
그러나 지공처사가 되고 5개의 치아이식을 하고 부분 털이를 하고 나서야 <오복 중의 하나가 이빨>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비로소 떠오른다. 칫솔질뿐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내가 생활습관을 바꾸어야 할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음식조절을 못하는 나의 성격이 나의 몸을 고도비만으로 만들고 고혈압이 오고 약간의 지방간을 만들었다. 아마 심장혈관에도 약간의 문제는 있을 것 같다. 또 느긋하지 못하고 조급한 나의 성격 때문에 얼마나 자주 아내의 핀잔을 받는가!? 이 성격이 골프를 잘 치지 못하는 원인 중에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화를 쉽게 내는 것도 큰 약점이다. 나 자신을 반성해보면 나의 생활 습관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우리 병원에 비만 클리닉도 있고 곧 잘 남을 위한 건강강의는 잘한다. 허지만 막상 나의 건강을 위하여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반성 해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한 신앙심이 좋았다는 노인이 죽음에 임박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젊을 때는 세계와, 나라를 위해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세계는 별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중년이 되어 내 가족과 내 마누라가 변화되어 잘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도도 잘 상달되지 않았습니다.
죽음에 임박하여 내가 변하기를 기도했다면 참으로 좋은 세상을 살 수 있었을 것이라 깨달았으나 이젠 가야 할 시간이 다가 왔습니다.

맞습니다.
죽음이 임박하기 전에 하루라도 내 자신이 변하기를 기도해야겠습니다. 비록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할지라도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나에게는 제일 빠른 시간 일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외양간 고쳐 송아지 한 마리를 사서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남아있는 이빨과 이식 이빨을 위해 칫솔질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화내기를 더디 하고 모든 일을 천천히 살펴가며 해야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남을 고치려하거나 젊은이들에게 충고하기 전에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