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장과 대형마트가 급성장 속에서 소비자의 소비행태도 크게 달라지면서 전통시장의 상권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탓도 있겠지만 급격하게 달라진 유통환경 속에서 전통시장은 어디고 할 것 없이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이 귀할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과 영업제한을 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가 한 달에 2회 쉬도록 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에 대해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와 유통업계와 지방자치단체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2월 12일 서울고법 행정8부(장석조 부장판사)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6개 대형마트사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동대문구와 성동구의 대형마트들은 24시간, 연중무효 영업을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다른 지역 대형마트들이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내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을 내놨다. 오는 2017년까지 전통시장 375곳을 1대1 특성화 전략 등을 통해 문화와 예술, ICT가 융합된 특성화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은 큰 틀에서 1시장 1특색의 도심골목형 시장, 문화공간이 있는 문화관광형 시장, 한류와 연계한 글로벌 명품시장 등 3개 유형에 맞춰 개성과 매력이 있는 전통시장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정책은 도심골목형 시장의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통인시장의 도시락 카페, 수유시장의 도서관 등과 같이 200곳의 시장을 개별 특성에 맞춘 대표 브랜드를 갖춘 시장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것이다. 문화관광형 시장 165곳은 예술공방 등과 같은 시장에 작은 문화공간을 갖추고 지역 예술인과 관광지 등과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0곳의 명품시장 육성 사업도 시작된다. 한류와 연계해 한국인의 활기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야시장, 국산 유명 상품을 손쉽게 살 수 있는 명품 면세거리 등이 주 내용이다.
  전통시장의 낙후된 이미지와 고객 편의 확대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대폭 늘리고, 시장 상인들에게 태블릿 PC 등을 이용할 수 있는 ICT 융합 교육도 병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 대책이 큰 효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서울고등법원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및 영업제한에 대한 위법판결에 대해 특정 정당은 '대기업에 편향된 판결'이라고 평가했지만 국내 대형마트들은 지난 2012년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과 지방자치단체들의 월 2회 휴업 의무화 조례에 따른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의 보호 효과가 크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11월 초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의무휴업의 반작용에 따른 전통시장 방문 증가 횟수는 연간 평균 0.92회로 매우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전통시장 방문 증가횟수가 한 번도 증가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64.3%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1~2회 증가가 23.1%로 나타나, 전체 87.4%가 기껏해야 1~2회 전통시장을 찾는 효과만 나타났다는 설명이었다.
  이처럼 대형마트 휴무를 실시함에도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절반이 넘는 55.2%(복수 응답)가 중소상인들이 현금결제를 선호해 카드 결제가 어렵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주차장 시설 부재(43.9%), 교환 및 환불 어려움(37.1%)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였다.
  전경련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소비자들이 동네 중대형 슈퍼마켓(38.0%)이나 평일에 대형마트(24.0%)를 이용하는 반면에 휴일당일 동네 영세점포(11.1%)나 전통시장(9.4%)을 찾는 이용률은 낮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외면하는 까닭으로 현금결제, 상품의 질, 주차장 시설 부재, 교환 및 환불 어려움, 상인들의 불친절 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전통시장의 고질적 문제다.
  수년전부터 시흥동 대명시장은 시설 현대화사업을 통해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전선 지중화 사업 등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했다. 독산동 남문시장도 중앙통로를 아케이드 형으로 덮고 주차장과 화장실을 마련하는 등 시장 현대화를 기했다.
  하지만 단순한 시설 현대화나 문화와 예술, ICT가 융합된 특성화 전략만으로는 향후 전통시장이 국고만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변하고 정책 난발이라는 실책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고 투입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이번 고등법원의 결정을 단순히 이웃집 불구경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상인들의 변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대형마트의 영업규제가 전혀 없고, 일본은 있던 규제마저 소비자 불편, 규제에 따른 중소 소매점의 경쟁력 저하 등 이유로 지난 2000년에 폐지했으며, 프랑스도 1996년 당시 소규모점포 보호 규정을 2008년 경제현대화법 개정때 삭제했다며 세계적 추세가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시설 현대화사업 추진 못지않게 전통시장의 고질적인 3불(불친절, 불결, 불신)이 더 큰 문제다. 이를 척결을 위해 시장 상인들이 과연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의혹스럽다. 이제는 상인스스로 문제해결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동안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지만 대부분 전통시장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1년 동안 전국 1,007개 전통시장에 1조5,118억원을 들여 시설 현대화 사업을 벌였다.
  그러나 2002년 41조5천억원에 이르던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2012년 24조원으로 급감했다.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대형마트의 매출은 33조7천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단순히 수치만 비교해 봐도 시설 현대화만으로는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 중구 황학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시장의 경우, 최근 고객지원센터인 ‘어울쉼터’를 개관하고 황학동 깨비투어 등 특색 있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니폼과 명찰 패용, 가격과 원산지 표시,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고객중심의 마케팅 추진 등 다양한 혁신 방안을 내놓고 실질적인 전통시장 살리기에 상인 스스로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이렇게 전통시장도 이제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마케팅 혁신을 통해서 고객들의 시선을 잡아야 한다. 특화상품 개발과 품질관리의 혁신을 기반으로 시장 상인들이 먼저 바뀌어야 고객의 마음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