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선
果樹園의 林檎(임금)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
 
산 위에 마른 풀의 향기,
들가엔 떠나는 향기
 
당신에겐 떠나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肉體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傷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김현승 님의 ‘가을의 향기’ 중에서

 *관념적인 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죽는다. 아니 소멸 되고 살아진다.
죽는 것에 대한 애착 즉 ‘향기’는 시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돼는 존재다.
풀이 타는 냄새든 노을이 타는 냄새이든 시인에게는 이 향기가 바로 시다.
당신에게는 떠나는 향기 이지만 나에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가 된다.
술의 향기란 그동안 살아오는 동안 있었던 일들일 것이다, 즉 喜怒哀樂이 될 것이다.
풍성하게 핀 향기들이 다른 이름으로 남는다 해도,
시인에는 깊은 하늘과 같이 아름다운 것들이 된다.
육체는 가고 가을의 향기는 살아져가는 향기들이다.
곧 겨울을 기다려야 하는 향기다.
 

시인 박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