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의사가 진찰 후 대부분 환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관절입니까?”하고 첫 질문을 던진다. 환자의 마음속 질문은 “관절에 무슨 나쁜 병이 있습니까?”란 질문을 줄여서 한 말이거나 아니면 퇴행성관절염을 관절이라는 병명으로 잘못 알고 던지 질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좀 짓궂은 의사는 “예! 태어날 때부터 관절입니다.” 하고 능청을 떤다.

이러한 질문과 가장 유사하고 흔히 듣는 질문은 “디스크입니까?” “엘보 입니까?” 하는 질문이다. 관절, 디스크(추간판), 엘보(주관절) 등은 병명이 아니라 신체의 해부학적 구조이다. 엄밀히 말하면 관절에는 수백 가지의 질병이나 손상이 올 수 있어 “관절입니까?” 하는 것은 적당한 질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디스크의 이상 유무를 물으려면 “디스크 탈출증 입니까?”하는 질문이 바른 질문일 것이다.
또 엘보(Elbow)는 “테니스 엘보(Tennis Elbow)입니까?” 라고 질문하면 된다. 테니스 엘보는 최근 골프 등 팔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다양한 직업에서 주관절에 생기는 동통성 질병으로 의학적으로 (동통성 주관절 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환자들의 잘못된 용어선택을 바로 잡아주려고 이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환자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절이나 디스크 등 우리 몸의 모든 뼈, 관절, 장기 등은 우리의 성장이 끝나는 20세경부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퇴행성 변화(노화과정)를 가져오면 그것이 퇴행성관절염 인 것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25세 이후에는 모든 사람이 퇴행성관절염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조금은 있다고 보아야 할 것 이다.
그래서 퇴행성관절염을 질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연령에 따른 관절의 변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식물의 성장에 따른 변화를 우리는 나무가 퇴행성 질병에 걸린다고 말을 하지 않는데 인간은 퇴행성관절염이라는 이름을 붙여 환자에게 겁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낙엽은 자연의 섭리로 받아드리면서 인간의 노화는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인간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
오쇼 라즈니쉬는 <명상 건강>이란 책에서 “인간은 질병에 걸리지만 인간 자체도 질병이다”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동물이나 식물과 달리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초조해하고 불행해 하며 매사에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질병을 치료하지 말고 환자를 치료하라”고 한다.

수년 전의 일이다. 생물학 교수인 친구가 80이 넘으신 유명한 원로 생물학 교수님을 모셔왔다. 무릎이 아파 잘 걷지 못하고 지팡이를 짚고 절룩이며 얼굴을 찡그리며 나의 진찰 침대에 누우셨다. 엑스선을 찍어보니 퇴행선관절염이 너무 심해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 전에는 뾰족한 치료법이 생각나질 않고 그 연세에 수술을 권하기도 어려워 “교수님! 교수님 무릎은 국보입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동식물 분포가 빠짐없이 그려져 있는 국보급 동식물 지도가 새겨져 있습니다. 잘 보관하셔야겠습니다. 이젠 보조기를 하고 물리치료를 해서 좀 더 편안히 모셔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노교수님은 나의 말의 뜻을 이해하셨는지 “허허! 그렇지! 내가 우리나라에 안 가본 곳이 없지. 내가 내 무릎을 너무 많이 부려먹었어!” 그 노교수님은 오히려 기분 좋은 표정으로 보조기를 하고 지팡이를 짚고 병원 문을 나가셨다. 이때 내가 무릎의 상태만 보고 “선생님의 무릎은 퇴행성관절염이 너무 심해 인공관절을 하기 전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라고 절망적으로 말했다면 그 노교수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최근의 일이다. 얼마동안 내가 생활에 불성실하여 운동을 게을리 하고 각종 모임에서 폭식을 하여 몸이 3kg 이상 불어났다. 그러자 허리, 무릎 등 여러 곳이 아파왔다. 정형외과 의사가 환자들 앞에서 절룩이고 있으니 민망하기 짝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병원 비만 클리닉을 찾아가 체중조절에 들어갔다. 약 1주일 만에 체중이 3kg 줄어들자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아프던 무릎도 깨끗이 회복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환자를 보면서 관절치료보다는 운동, 식이요법 등 생활개선을 치료의 우선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환자들에게 들려준다.
<하나님의 성전인 당신의 몸을 깨끗이 청소하고 더러운 오물을 쌓아두지 맙시다.>
<하루에 만보걷기를 합시다.
<노부모님께 지팡이나 보호대를 사드려 효도합시다.
<노인들은 두 다리로 걷는 것보다는 지팡이를 짚어 3다리로 걷는 것이 허리도 보존하고 다리도 보존하는 길입니다. 등산을 할 때는 꼭 무릎보호대를 하고 T-형 지팡이를 짚는 것이 좋습니다. 지팡이 하나가 당신의 허리와 무릎의 수명을 1/3 이상 더 연장 시켜줄 것입니다.>
<관절은 차의 엔진이나 마찬가지로 쓰지 않으면 녹이 슬고 무리하게 쓰면 마멸되어 빨리 닳아버립니다. 항상 적당한 운동으로 주위 근육을 단련시키고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여주면 수명이 오래오래 지속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