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성호
 

  1톤 차량으로 이동 야채장사를 한다는 행색 남루한 빼빼한 사람은 성질이 난폭하다. 어찌된 영문인지 인상이 험상궂은 그가 하루는 본업을 제쳐두고 막 노동일을 나왔다. 용역사무실을 통해 일손을 산 영세업자를 따라 야채상인이 조선족 한 명과 함께 당도한 이날의 현장은 개인 주택이었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일은 하수관 교체를 위한 땅 파는 작업이었다. 업자의 지시대로 두 사람은 양편으로 갈리어서 삽질을 시작했다. 야채상인의 인내심 약한 면모는 곧 드러났다. 마지못한 억지 일을 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힘들다, 덥다 라는 불평불만을 거칠게 뱉어내는 꽤 부림은 시간이 흐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묘한 분위기는 일을 시키는 업자의 처신이 너무나도 소심하다는 점이었다. 성품이 온순해서 그런지 포악한 성질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심사의 눈치를 슬금슬금 흘리며 야채상인과 혹 시선이 마주치기라도 할까 봐 애써 몸을 사리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진도가 늦다 싶으며 "빨리 끝내고 집에서 쉬어야지" 라는 말을 한 두번 정도 건냈을뿐이었다.

  일솜씨는 보잘 것 없으나 열심히 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사람은 싱겁다 할 정도로 웃음이 헤프다. 오늘의 동료와 이런저런 단편 이야기를 주고받다 조선족임을 알게 된 야채상인은 그때부터 상대방을 무시하는 경멸의 태도로 급변하였다. 그는 스스로 끌어올린 미움의 분노로 불쑥불쑥 시비를 거는 언사를 쓰면서 삽의 흙과 잔 돌멩이를 동료에게 던지며 "너희 나라로 당장 가라"는 목청을 높였다. 조선족은 혹 폭력이라도 당할까 봐 기가 죽어 버렸다.

  사람을 잘못 데려와 오늘의 몫도 해내지 못하게 되었다는 판단을 내린 업자는 화를 버럭 내며 야채상인에게 당장 옷 갈아입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네가 들먹거리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도무지 분노를 삭일 수 없었던 업자는 야채 상인이 막무가내로 조르는 일당을 지불하지 않고 맞대응으로 쏟아 붓는  멸시천대로 버티었다. 마침내 야채상인은 저질한 욕을 내뱉고 빈손으로 현장을 떠났다.

  국제정세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각국의 이민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그 인원이 무려 120만명에 달한다. 고급 인력보다 하급 인력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인력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구역은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정부발표 순)이다. 이 세 지역에서 생김새 다른 외국인들을 보는 것은 흔한 현상이다. 그들 중에 조선족(한족포함)이 제일 많고 피부가 까무잡잡한 동남아 사람들도 제법 눈에 쉬 띄인다. 언제인가 한 일간신문에 이러한 기사가 실렸던 적이 있었다. 분명 대한민국 땅인데, 한국말은 소수로 들리고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들의 땀의 노동이 아파트를 지어 올린다는 보도였다.

  국가별대로 피부나 인종이 다를지라도 사람의 신체구조는 똑같다. 그래서 인류는 평등하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에이브라함 링컨은 이렇게 설파했다.'하늘 위에 사람 없고 땅 아래 사람 없다.'라고 말이다.

  인간의 감정은 적대적 관계에서 더욱 강해진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 이어 1978년부터 33년 간 장기 집권해 온 예멘 살레 대통령마저 국내 외 압력에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금년 내내 국제뉴스를 장식했던 아랍의 봄바람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독재자들의 말로의 공통점은 비인간 대우를 받는 비참 지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인간의 기본생활은 차별을 받지 않는 인권보장이다. 교육, 노동, 보건, 주택, 여가 등 사회가 제공하는 환경적 혜택을 모든 국민이 골고루 누리게 하는 게 국가보장의 인권이다. 신체장애인을 일선에서 밀어내고, 능률이 떨어지는 여성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취업을 막는다면 인권무시에 해당되는 하극이다. 

  실의에 빠진 생명구원은 안정에서 얻어진다. 그러므로 남의 평안을 지위적 권위로 빼앗거나 누른다면 인권정착을 방해하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경제부흥은 사회적 가난을 퇴치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과의 갈등은 보편적으로 넓어졌다. 수많은 업종 중에 인권침해를 가장 심하게 겪는 직업은 아마도 전화로 하루 종일 소속회사를 소개하는 여성 상담원들이 아닐까 싶다. 그들은 얼굴 없는 불량?고객들부터 터무니없는 화풀이 욕설을 자주 듣는다. 이로 감정소화가 힘든 인간 이하의 고통을 심하게 받는다. 때마침 국가인권위에서 여성근로자 안전보호 캠페인을 벌인단다. 이러한 기회를 맞아서 아직도 사회적 약자로 취급되는 여성들의 권위가 한층 높아졌으면 한다.

   그는 꽃 가게에서 똑같은 종류의 화분을 사다 집 정원에다 놓았다. 그는 한 식물에게만 관심을 두고 애지중지 길렀다. 양지바른 곳에서 주인의 손길을 듬뿍 받은 식물은 뜻한 바대로 건강하게 잘 자랐다. 반대로 음지에 방치된 채 주인으로부터 때의 수분을 공급 받지 못하고 외면만 당한 식물은 시름시름 앓다 결국에는 생기를 잃고 말았다.

   인권개선은 신분귀천을 따지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대중이용 빈도가 높은 화장실을 청소하는 미화원 여성들에게도 따뜻한 격려의 시선을 보내주는 게 밝은 사회이다.

  12월10일은 세계인권 선언일이자 노벨상 수상식 날이기도 하다. 이날에 필자는 '성산에 오를 자 누구리오'시집출간 축하연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