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역사는 실로 오래되었으며 지금과 마찬가지로 중세시대에도 통치자들은 전쟁과 체제 유지를 위하여 세금을 재원조달의 주요수단으로 삼았으니 인간의 삶에 있어서 세금은 정말 얼마나 지긋지긋한 귀신같은 존재인가?

 죽어서도 인간은 세금문제를 회피할 수가 없다. 돌아가신 분(피상속인)이 사업을 하고 있었다면 그의 후손들(상속인)이 폐업신고를 하고 납부할 세금이 있다면 세금을 납부하여야한다. 그리고 돌아가신 분께서 남긴 재산을 자손들이 상속을 받으면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상속세를 납부하여야 비로소 돌아가신 분은 세금문제에서 해방되니 진정 인간은 세금의 노예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세금은 단순히 재원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절대 권력자인 통치자가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세금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7세기 러시아의 표드르(Fedor) 대제(the Great)가 귀족들에게 부여한 “수염세”이다. 표드르 대제는 러시아를 근대적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하여 귀족들에게 수염을 깎으라고 명령하였지만 잘 지켜지지가 않았다. 절대 권력자의 명령이라면 모두 복종해야만 한다고 믿겠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 그 당시 러시아 정교회 귀족들은 “우리 슬라브족은 긴 수염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여기오”라고 주장하면서 황제의 명령에 불복하였다. 그러자 표드로 대제는 수염을 길러도 좋으나 그 대신 일 년에 100 루블씩 세금을 내라고 명령하였는바 긴 수염을 가진 귀족들의 수가 급감하기 시작하였다. 역시 세금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오늘날 힘깨나 쓰는 양반들이나 고위직 공직 후보자들이 세금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세금과 정말 질긴 악연을 가진 것 같다.
 세무전문가로서 세금 때문에 먹고사는 필자는 세금과 삶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참 아이러니한 직업을 가졌다고 생각된다. 수염세를 창안한 러시아의 표드르 대제는 러시아를 근대화 시킨 영특하고 용기 있는 황제로서 기록되고 있다. 그는 18세기 초 발트해 진출을 위한 북방전쟁에서 승리하고 “상트페테스부루트”를 러시아의 수도로 삼았으며 러시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차자의 한 사람으로서 추앙받고 있다.

 오늘은 세금상식으로 매출누락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사업을 하면서 매출을 발생시켰지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았거나 신용카드를 발행하지 않은 경우 세무서로부터 얼마나 무서운 재제를 받을 수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겠다. 매출을 하고 이를 장부에 누락시키는 행위를 “매출누락”이라 하는데 이는 과세당국에서 가장 죄질이 불량한 탈세행위로 보아 매우 엄중한 보복적 가산세를 부과한다. 간단한 사례로 1억 원어치의 매출을 고의로 누락하여 과세당국에 3년 후에 적발된다고 하면 법인사업자의 경우 탈루 매출금액과 거의 맞먹는 1 억 원의 가산세의 부과를 받으며 개인사업자의 경우 약 7천만 원의가산세를 부과 받을 수 있다. 요즘은 부동산매매나 기타 상거래 등이 행정전산망으로 상호 연결되어 그 호환성이 매우 뛰어나다. 따라서 매출누락 등에 의한 탈세의 적출 방법이 발달되고 적출가능성도 매우 높다.
 매출누락자체가 범죄행위이다. 세무서로부터의 적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정당하게 거래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여 국민으로서의 자긍심과 개인으로서의 자존심을 높이는 것이 보람 있는 삶임이 확실하다. 독자 여러분들이 모든 납세의무를 적법하게 이행한다면 후손들 중에서 혹시 미래에 고위공직자로서 검증을 받을 때에 얼마나 떳떳하며 안심되실까요?

                                                 (김정식 세무사 shick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