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중에 같은 행동을 줄기차게 반복하곤 하는 자폐아의 경우는 예외로 하고, 보통의 사람들이 똑같은 행위를 끝없이 반복할 때는 그 일이 엄청 재미있어 혼을 뺏길 지경이거나, 화수분처럼 돈이 생겨 반복되는 행위의 지루함이 잊혀지는 경우일 것 같다.
 그런데 크게 재미있을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준대도 별로 큰 돈벌이가 될 성싶지 않은 일을 거듭 되풀이하다가, 급기야 오백 번을 넘겼다면 그건 암만해도 예삿일이 아니다.
 <금천 뉴스>가 창간된 지 십 년에 발행 횟수 오백 번을 넘겼단다.
 만만치 않은 횟수에 놀라움과 함께 경의를 표하게 되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한 뉴스 혹은 정보의 홍수가 마침 문자(활자)를 기피하는 세태와 맞물리면서, 메이저 일간 신문들도 고전한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온 터여서다.
 몇 번의 손가락 터치로 손쉽게 모든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는 ‘요술 상자’를 뉘랄 것 없이 모두들 항시 손 안에 쥐고 사는 세상에서, 활자로 인쇄된 종이 신문은 사실 거추장스럽고 비효율적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느 신문사의 신문이든 집집이 일간신문을 구독하는 게 당연시되던 건 이미 옛 이야기이고, 요즘 젊은이들 중엔 아예 신문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내 막내딸의 가정에도 일간신문이 들어가지 않은 지가 꽤 오래 되었다. 학내(學內) 언론지인 대학신문조차 학생들의 구독률이 낮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세태라, 시류를 거슬러 한낱 지역신문이 십 년에 걸쳐 매 주마다 세상에 나왔다는 게 신기한 것이다.
 <금천 뉴스>의 500회 지령(紙齡)은 ‘재창간’이란 위기 극복의 산물이라서 더욱 대견하다. 저간의 사정을 잘 모르긴 하지만, 재(再)창간을 했다는 건 한동안 정간 혹은 휴간을 했다는 뜻이다. 그것은 신문을 정상적으로 계속해서 발행하지 못할 어떤 사정, 어쩌면 어려움이 있었다는 뜻일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쓰러져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는데, 필경 안간힘 끝에 ‘끙’ 하고 다시 일어선 결과물로 짐작되니, 그 재기(再起)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흔히 출판물의 발행을 출산(出産)에 비유한다. 책이든 신문이든 세상에 내놓는 일이 산모가 아기를 낳는 것처럼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그런 산고(産苦)의 고통을 <금천 뉴스>가 오백 번이나 감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짐작컨대 앞으로도 계속 그런 고통을 즐겨 감당해 낼 것 같다.
 매번 지면을 채울 기사를 찾는 일, 기왕이면 주민에게 희망을 줄 유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때로는 불의를 고발하여 정의를 세우고 사회 질서를 정립하는 데 앞장서며, 어쩌면 광고주를 찾아 아쉬운 소리도 하면서 정신없는 한 주일 한 주일이 쌓였을 것 같다. 신문이 인쇄된 뒤에는 결정적인 오보(誤報)나 오자(誤字)가 있을까봐 마음 졸이는 한 세월을 견뎠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땀과 정성의 결정판이 ‘오백 번’으로 현시(顯示)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어떤 신념, 이해타산을 떠난 사명감이 <금천 뉴스>의 오늘을 만들었지 싶다.
 날마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이전투구에 넌더리를 내며 이나라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암담했었는데, 모처럼 찾아든 안도감으로 큰 숨이 내쉬어진다. 일찍이 소돔은 의인 열 명이 없어서 멸망했다고 들었다. 사욕(私慾)을 떠난 숨은 헌신(獻身)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는 튼튼하게 건재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간의 어려움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구민과 함께 한 행복한 지난 10년’이었다는 겸손한 임직원의 변(辯)이 큰 울림으로 따듯하게 다가온다. 시종 천 호, 아니 오천 호를 향한 당당한 발걸음이기를 기원하면서, <금천 뉴스>의 10주년 오백 호 발행을 축하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