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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 이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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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25  12: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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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와 밝은 별을 마지막으로 본 것 이 언제였던가? 이제 도시의 밤하늘에서는 어린 시절 마음속에 꿈 을 심어주던 반딧불이도, 별빛도 보기 어려워졌다. 몇 해 전 농촌진홍청 잠사곤충연구소의 진병래 박사 팀이 해파리의 형광 유전자를 누에에 주입시키고 자외선을 비추어 초록색깔을 내는 형광누에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의 머릿속은 실험실 상자 속의 형광누에와 어릴 적 밤하늘을 수놓던 반딧불이에 대한 추억으로 엇갈렸었다.
당시 연구팀의 연구목적은 유전자합성 기술로 항균성 단백질의 대량생산과 생물농약 개발에 응용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빛은 우 리의 생명이다. 캄캄한 어둠 속에 있을수록 아무리 희미한 빛일지 라도 그것은 희망이고 구원으로 가는 동아줄이다.
 ‘고원’ 이라는 작품에서 정비석은 "반딧불이 반짝한다고 본 것은 어쩌면 나의 환각인지도 모른다. 절망에 떨고 있던 그 때의 우리에게는 그것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절대적인 희망이며 육안적으로는 희미하게 깜빡인 반딧불이에 지나지 않았으나 실상 내 감각에 느껴지는 서치라이트보다도 더 찬란했던 그 광명!"이라고 쓰고 있다.
 『잠수복과 나비』라는 베스트셀러의 작가 장 도미니크 보비는 서 울의 우중충한 여름 하늘에서 내가 발견한 하나의 반딧불이었다 파리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그는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3주일 후 마침내 의식을 회복했지만,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왼 쪽 눈꺼풀뿐이었다. 그의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인 왼쪽 눈꺼풀을 15개월 동안에 20만 번 이상이나 깜박거렸다. 클로드 망드빌이라 는 여인은 2백만 번 이상의 알파벳을 읊으며 보비의 신호를 글로 옮겼다. 이렇게 하여 완성된 책이 바로 『잠수복과 나비』다.
10일 만에 17만 부가 판매되어 프랑스 출판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기록을 세운 이 책 속에서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잠수복이 한결 덜 갑갑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나의 정신 은 비로소 나비처럼 나들이 길에 나선다. 전설의 도시 아틀란티스를 향한 모험 길에 오를 수도 있고, 유년시절의 꿈이나 성인이 된 후의 소망을 실천할 수도 있다.”

비록 그의 몸은 잠수복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자유롭지 못하지 만 그의 의식 속의 나비는 서울의 밤하늘에까지 날아와 사라져가는 반딧불이를 대신해 우리의 마음속에 한 가닥 빛을 준다. 그것은 초록빛 형광누에가 애완용 곤충으로 어린이들에게 줄 즐거움과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어떤 중국 영화도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는 두 맹인이 눈을 떠서 빛을 보기 위해 일평생 도를 닦았다. 그러나 눈으로 세상의 빛은 보지 못했지만 드디어 마음의 도를 깨쳐 빛을 보았다. 그들의 몸에서는 타인들을 위한 빛까지 발산 되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내가 연세의대를 다니던 1960년도에 세브란스병원 뒤에 토리채플이란 작은 교회가 있었다. 그 교회를 만들어 신체장애인들에게 목회하시던 토리 목사님은 본인이 사지가 모두 절단된 장애인으로서, 의수족으로 타이프도 치고, 운전도 하 고, 세브란스 재활원에서 사지 절단자 의지 훈련도 시켰다. 장애인들에게 빛과 용기를 주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주신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건강이나 빛이나 그것으로부터 충분히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 을 누리고 있는 들은 그 고마움을 모르고 지낸다. 그리고 희미한 빛도 발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상상하기 힘든 육체적 역경에 처했거나 빛을 보지 못하는 맹인들 중에는 빛을 발견하고, 빛을 발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그들은 공해에 찌든 서울의 밤하늘에서 샛별이나 반딧불이를 발견한 것과 같은 감동을 준다.
 언제나 내 고향 시골마을에 다시 가서 은하수 별빛 아래 반딧불 이를 쳐다보면서 정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그럴 때 내 옆에 는 역시나 오랜 옛 친구가 같이 있으면 제격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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