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성호

   서른 세 번의 보신각 종소리로 임진년 새해를 연 2012년도 어느 덧 보름 남짓이 지났다. 금년은 60년 만에 맞는다는 흑룡(黑龍)해이다. 십간 중 검은 색에 해당되는 임(壬)과 십이지중 용을 가리키는 진(辰)이 합상 된 뜻이 흑룡(黑龍)이다. 용의 풍모는 제왕을 상징한단다. 또한 입신출세와 비상을 상징한단다. 해마다 연말 무렵이면 일간신문사들이 경쟁적으로 각 장르의 문학원고 모집을 공고하면서 등용문(登龍門)을 내 거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실존 없는 가상의 해물(海物)이 인류사에 띠 해로 등장된 것은 순전히 인간의 상상의 발로이다. 그만큼 인간은 이상의 꿈이 남다르다. 어제보다 오늘을 오늘보다 내일의 발전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을 거듭해 나가는 게 지각에 깨인 인간만의 특권이다. 도전은 희망의 군불을 낳게 한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개별적 연륜을 쌓게 한다. 경륜은 성장을 동반함과 동시에 인격을 바로 잡아 주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세계평화의 균형을 잡아 나가는 유엔가입 국가 수는 193개 국(2011년 기준)이다. 전체 인구는 70억명이 넘어섰다. 이 숫자의 인구를 안은 세계 각국 60여 개국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민주투표가 실시된다. 큰 범위에서 제일 먼저 유엔 미가입국인 대만총독 선거가 이달 중에 있다. 그 다음에는 푸틴 재등장을 예고하는 러시아(3월)에 이어 프랑스(일차4월 이차5월), 미국(11월), 일본을 밀어내고 2G로 등극한 중국(간접선거)등이 차례로 최고 지도자를 새로 뽑는 과정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 밖에 아랍권 몇몇 국가에서도 민주선거 절차가 진행 중이고, 특히 김정은 시대를 갓 연 북한동정에 음양으로 촉각이 곧추 설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4월11일 총선을 거친 뒤 12월19일에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된다.

  정치는 소통이다. 소통이란 나를 벗어난 다양한 인물들과의 접촉이다. 성별, 계층, 사상, 취향이 개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끌어안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게 정치이다. 정책 입안에 국민적 삶의 반영일 수 있으므로 소홀이 할 수 없는 게 소통이다. 유대인 탈무드에 이러한 문구가 있다. '사람에게는 두 귀와 한 입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제 말은 적게 내고 남의 의견은 충분히 들으라는 뜻이다. 또한 '친구를 사귀려면 한 계단 위에서 살피라'는 경구도 있다. 일선에서 남긴 실적은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허구한 꿈에 도취되지 않고 국민을 헤아리는 진정한 정치인을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이다. 이 점에 정설이 하나 있다. 주거 형태가 아파트단지 위주로 편성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가까운 이웃인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는 우리나라처럼 대규모 고층아파트는 별로 없다는데. 경제규모가 날로 커져가는 중국이 우리와 비슷한 형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외 뉴스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소식을 발로 뛰며 소개하는 인쇄신문, 마음을 어루만지며 정신을 일깨워 주는 문학정취는 진정 서산마루에 걸린 노을빛일까? 문화선진국일수록 여전히 종이문화를 존중하며 활자문화의 핵심인 문학 사랑이 전통적으로 식지 않고 살아남아 있다는데-.

  인체는 온혈에 의해 정신건강이 유지된다. 피가 따뜻한 사람의 표정은 밝다. IT 강국의 잇점은 언제 어디서나 그때그때의 정보습득이 용이하게 편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문화를 파괴하면서 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IT는 분명 우리의 자랑일 수가 없다. 제발 흉기가 아니 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