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일 하는 것"

인터뷰 : 박천순 구직자 (64세)
취재자 : 손경수 취업코디네이터

  저는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렸을 때 부친의 사업체가 있는 부산에서 15년간 지내다 20세 되는 해에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처녀 시절엔 동아출판사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그 이후 40여년 동안 의류업계 종사원, 식당업, 그리고 가정 부업인 뜨개질 등 여러가지 업종에서 근무하며 살아왔습니다. 결혼 이후에 세자녀를 키우면서도 직장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면서 장기간 일할 수 있는 직종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을 느껴서 각종 조리사 자격증과 뷔페요리, 출장요리, 연회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장기적으로 요식업에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요건들을 갖추어 나갔습니다. 이후 자격증 소지가 업무능력이 입증되어 이후 구세군이 위탁 및 운영하는 과천지역 요양원에서 주방장으로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만든 음식이 맛이 썩 괜찮았던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식사시간 전에 풍기는 음식냄새를 맡고, 즐거워하는 것을 볼 때에 자부심도 갖게 되고, 힘든 줄 모르게 매일을 보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내가 만든 영양식이 먹는 사람들에게 건강에 유익을 준다는 사실 또한 제게 충분한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4년 전, 원치 않게 유방암 수술을 받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병 치료로 인해 다니던 직장에서도 퇴사하게 되었고 동시에 찾아온 남편과의 사별 등으로 인해 치료하는 내내 밀려오는 고독과 삶의 목적 상실이라는 공허함으로 매일을 보냈습니다. 그 시기들을 보내며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고 치료 이후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우며 노후의 심심함을 달래왔습니다.
 금천노인종합복지관에 고령자취업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듣고 취업알선을 받은 결과, 현재는 금천구 내 지역아동센터에서 시간제 주방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록 계약직이긴 하지만 과거부터 느껴온 전문 요리사로서의 긍지를 갖고, 열심히 근무하여 자녀들에게 손 벌리지 아니하고 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령이라는 현실에 위축되지 아니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대로 맛있는 음식 만드는 일에 더욱 힘쓸 것을 다짐하고자 합니다.